지금 신고를 하면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동학대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야만 다시 저랑 같이 살 수 있어요.” 이사벨라가 말했다.
“고작 다섯 대 때리신 건가요? 딱 한 번 있었던 일인가요?” 최동후 변호사가 말했다.
“네
민지는 만으로 세네 살이었다. 그래도 여름성경학교를 갔다. 한참 교회에서 놀다 보니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
옆에서 누구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목소리로
목사
증인들조차 서로 다른 사람을 지목하지 않았냐고 했어. 어떤 이는 편의점 주인 남자를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어떤 이는 그 여학생이라고 주장하고
버선도 신고 있군.."
그가 그녀의 겹겹의 비단허리띠를 풀어주며 개의치않고 대답했다.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군.속옷이 몇벌이지?"
진홍치마가 펄럭이며 떨어지고 흰비단속치마가 차례로 흘러내렸다.그가 등뒤에서 그녀의 단단히 죄어묶인 허환진의 끈을 풀어주자 그녀는 긴 한숨을 쉬었지만 예복정장에만 걸치는 풍성한 흰속바지가 드러난 걸 깨닫고 그녀는 소스라치며 냉큼 병풍뒤로 달아났다.
"내일부턴 오전에 한림학사와 형률을 공부하거라."
그가 등불을 끄며 말했다.
"네?무슨 이유로?"
배워두면 쓸데가 있을거다.
"아녀자인 제가 형률을요?"
"구휼청에 쳐들어가서 따지면서 소란을 일으키는것보다는 관청의 행정을 배우는게 나을거야."
그녀는 찍소리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저녁에 뭘 배웠는지 짐이 직접 확인할테다.꾀부리지마라."
그녀는 한숨을 쉬며 그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현아는?. "평안궁의 문안에 들어서던 그는 처소의 주인이 눈에 띄지않자 상궁에게 물었다.
"매원에 가셨나이다.꽃이 피기 시작하니 시작을 하시겠다고.."
"매원이라..혼자?"
"황궁안에서도 혼자 나다니게하지말라고 했잖은가?"
"혼자가 아니면 시작이 되질않는다고 하셔셔...."
그는 총총히 후원의 매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말괄량이가 또 어디가서 무슨 말썽을 부리려고..?
긴 담곁에 늘어선 벚나무위에 무언가 진홍치맛자락이 펄럭이는 것이 눈에 띄였다.
"현아
간호사들
학교의 교장 선생님 및 이사장님도 박민지의 명령을 따랐다.
박민지는 인도의 여성 할례문화와 생리에 대한 잘못된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하들을 시켰다.
“폐하
귀비이라는 신분으로 그녀를 압박했으므로
숨이 막힐 듯 했다.그녀는 틈만 나면 잔꾀를 부렸지만 여러번 골탕을 먹은 상궁들은 그녀를 더 엄격히 대했다.황제가 말썽많은 육촌누이때문에 유모와 상궁들을 이잡듯이 들볶는다는 건 소문난 일이었으므로 이제 그들도 그녀에게 속지않는다.그녀가 상궁들에게는 말썽꾸러기였으므로 사사건건 그에게 일러바치는 건 뻔한 일이다.
"자소선사의 절은 지낼만하더냐? "그가 촛불아래 물었다.
"황궁보다는 번잡하지않아 마음은 편더군요."
그녀가 뾰료통해서 대답했다.
"왜 토라졌느냐?뭐가 불만이지?절에서 고뿔들었다며? 선방이 춥더냐?"
사실은 절에서 동자승들과 눈싸움과 눈장난하다가 감기든 것인데...
"오라버니가 절 가마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하셨잖아요?마차든 가마든 절이나 황궁에 닿아야만 내리게해주니..죄수도 아니고...후궁의 일곱개문을 빠져나가기가 첩첩산중같군요.문안에 또 문들이 연달아 줄지어 있으니..."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쫓아낸 상궁하나가 귀비가 출궁할때는 가마의 문을 밖에서 빗장을 질러잠그고 수행해야한다고까지했어.네가 바람같이 멋대로 빠져나가는데 하도 골탕을 먹어..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겠느냐? 너를 혼자 시장에 나돌아다니게하면 망아지를 들판에 풀어놓는거지.동시나 서시의 시장에 널 벼르는 놈들이 한둘이냐?저잣거리에서 마주치기라도하면..황비이니 위신을 지켜 소란에는 말리지 말거라."
"다시 궁에 돌아오니 법도에 매여 숨이 막혀요.죄수도 아닌데 평생 갇혀 살아야할 운명인가요? 후궁뒷문으로 출궁하는데도 한번 궁밖에 나가기가 이리 까다로우니.."
그가 웃었다. 궁중의 가장 깊은 곳의 처소에서 지내는 황후는 아홉개의 문안에서 살아야하는데..앞으로 어쩌려고...
"황후는 정문으로만 드나드니 겹겹의 문안에서 더 까다롭게 지낸다.현아처럼 월장하는 건 고사하고 시위옷차림을 할 수 있나 말을 못타니 마장이나 활쏘기터에 갈수가 있나..이제 상궁들도 네 꾀를 다 알고 있어.얌전히 지내거라."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신첩이 상궁들치마폭의 아이인가요?"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같이행동하면 아이나 다름없잖은가?얌전히 법도를 지켜 행동하거라."
"열흘 쯤뒤에 봄에 농사풍작을 기원하는 제례가 있다.궁안의 내명부뿐 아니라 외명부여인들과 종친들도 대거 참석할거야.궁안에서가 아니라 궁밖 황실농원에서 제를 올릴테니.."
그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촛불을 껐다.
"친잠도 배워둬."
"그건 황후의 일이잖아요?"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필요한 날이 올거다."
모처럼 핀 흰매화위에 잔설이 쌓여있었다.
곧 봄인데도 눈이 오다니..그녀는 얕게 눈이 덮인 정원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초봄의 정원에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들려올라갔다.
"오라버니 내려줘요.상궁들이 쳐다보잖아요."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느닷없는 입맞춤이나 포용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그대는 아직 고뿔이 낫지않았으니..환자이지않은가...해진후에 찬바람쐬는건 몸에 좋지않아.눈도 오는데.."
그는 다짜고짜 그녀를 안고 복도를 걸어오며 잔소리해댔다.
"시녀들은 다 어디갔나?잠시도 떨어져선 안된다고 일렀는데.."
정원에 서있던 시녀들이 황망히 그들을 따라왔다.
"유모
창조론을 미국처럼 다 배우고 나중에 학생들이 토의식 수업으로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까워요. 창조론만 신앙이라고 규정짓고 창조론을 학교에서 못 배우게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헌법소원하려고요.” 최동후가 말했다.
석 달이 지났다. 박민지와 최동후는 다시 사귀게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