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서 돈을 내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리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추호도 망설임 없이 전화기 앞으로 다가가 수화기를 들고 한치도 틀림없이 또.박.또.박 번호를 눌러 나갔다.
2.1 믿음 : 어떠한 가치관
예지력과는 전혀 다른 무엇 입니다. 제게 미래를 예견해 내는 능력 따윈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과거를 쫓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래도 혹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이리로….“
하고 이 기묘한 백의의 사나이는 그녀에게 명함 비스므리한 종이 쪼가리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왜??? 지금 이런 숨가쁜 상황에 느닷없이 그가 떠올려 진 것일까? 도저히 그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런 맥 빠진 상황에서 그녀는 몸을 크게 요동치며 절정에 치달아 올랐다. 그리고 마치 크게 구멍 난 타이어에서 바람이 새어 나가듯 온몸의 영혼이 그녀에게서 슈우욱~ 하며 사라져 나가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그제서야 그녀에게로 알 수 없는 죄악감과 자괴감이 물밀듯 밀려 올라왔다. 그리고 흠뻑 젖어 버린 손을 들어올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발판이 뜯어질거 같은 헤질대로 헤져버린 내 신발과 다르게
어제 새로 산 것 마냥 반듯반듯한 갈색 구두가 보였다.
괜스리 발앞꿈치로 땅을 툭툭 찼다.
진짜로 헤어지는건가
위험해 보였다.
민지는 지아가 혹시라도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살이라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놀이치료사에게 보내서 치료를 받는 것을 생각했다. 한국에서 심리치료는 그냥 민간 자격증에 불과했다. 심리치료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전혀 국가 자격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마음속에 쌓인 상처가 많은데
그렇군요. 타임머신 속 재판은 돈벌이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하던데
변호사
결국 불합격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경력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문화를 뿌리 뽑으려면 30대 후반
이혼하신 것을 알고 있으신가요?”
“네 알고 있습니다.” 에스더가 말했다.
“황태자 이 씨가 어떤 연예인과 결혼설이 나왔을 때 부모가 반대했었고
나는 또 죄인이 된 것 마냥 죄책감이 밀려왔다.
겨우겨우
곧 겨울이겠네’
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